전용근  

 

한국 근대 상표 디자인의 변천과 문화적 특성

서울대학교 디자인역사문화 전공 석사학위논문  (2015)

 

이 연구는 일상적 시각문화를 구성했던 상업상징으로서 한국 근대 상표디자인의 시대별 특징을 읽어내고, 현상의 이면에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들을 조명하는 한편 그 문화적 특성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이를 통해 디자인 영역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근대 상표의 풍부한 사례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 의의를 밝힘으로써 한국 디자인의 역사 안에 위치시키고자 하였다.

근대적 상표는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상품에 정체성과 매력, 권위를 부여하는 시각상징으로서 등장했다. 동아시아의 경우 구미식 근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일본을 중심으로 근대적인 상표 제도와 형식이 정착했고, 이는 한국 근대 상표 성립과 전개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 근대 상표 디자인의 변천 과정은 네 시기로 구분되었는데, 1876년 개항 이후의 첫 번째 시기는 상표 디자인의 ‘등장’으로 특징지을 수 있었다. 이 시기의 상표는 전반적으로 디자인의 표현이 문자에서 이미지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상표의 시각적 일관성이 부족하거나, 기업 상표와 상품 상표의 위계가 모호한 예들이 다수 있었다. 이는 ‘등장기’의 초기적 특징으로, 이미지 자체의 ‘시각적 돌출’ 효과에 의존하는 디자인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1908년 상표령 시행을 기점으로 하는 두 번째 시기에는 상표 디자인의 ‘정착’이 이루어지면서 기업상표와 상품상표의 위계가 나뉘었다. 식민지 상업체제는 일본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고, 기업상표의 경우 이들과 함께 이식된 상표의 제도 및 디자인, 특히 가문(家紋) 형식이 지배적인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상품상표 디자인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인물∙동물을 활용한 중심 도상을 강화한 반면, 조선 기업들은 문자를 중심으로 제품 상징을 정교화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도상의 재현보다는 문자의 조형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조선의 시각문화 전통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시기는 일제의 ‘문화정치’ 실시에 해당하는 시기로, 상표 디자인에서는 조선식 변용이 나타났다. 첫째로, ‘우리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한반도 지도, 거북선, 태극 등 민족적 도상을 차용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둘째로, 일본식 가문 상표에 대응되는 독자적 상징 형식이 모색되었는데, 변형∙반복을 통해 기하학적 형태 안에 배치된 문자문 상표의 형태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상표 디자인의 조선식 변용은 한글 상표 사용의 확대에서도 관찰되었다. 상표 디자인 변용의 세 방향 근저에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는 경제의 논리였으며, 이는 근대적인 상표 형식에 익숙해지고 한층 예민해진 조선의 소비대중을 공략하기 위한 시각화의 방식이 규정된 것이었다.

마지막 시기는 전쟁에 따른 국가총동원체제로의 돌입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경제적∙문화적 통제정책과 상표 디자인이 조응하거나 충돌하는 양면적인 현상이 확인되었다. 상표와 거기에 담긴 메시지가 전쟁정책을 따른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일본 기업들은 ‘내선일체’ 정책의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한글 상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국가의 이해와 기업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기업들은 대개 자본의 논리를 충실히 따랐으며, 상표 디자인은 자본의 그러한 속성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매체로써 기능했다.

한국 근대 상표 디자인은 일제의 정책, 조선의 시각문화 전통, 소비 대중의 인식, 조선인∙일본인 기업가의 이윤동기 등 다양한 동인(動因)들이 관여하는 복잡하고 혼종적(混種的)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상표의 특성상, 그 디자인에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식민지 자본주의의 상황이 한계로 작용했으며, 이는 해방 이후 한국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전개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어 : 상표, 상표디자인, 상업상징, 아이덴티티디자인

 

 

 

Yongkeun Chun

 

A Study on the Change and Cultural Traits of Trademark Design in Modern Korea

 

This study aims to illustrate the characteristics of trademark design, as commercial symbols which constituted the everyday life, during different periods in modern Korea. While focusing on the cultural traits, it also pays attention to the socio-economic conditions of the phenomena. By spotlighting abundant examples hitherto neglected within the field of design studies and explaining their meanings, the goal is to locate modern trademark design within the context of Korean design history.

Trademarks, in the modern sense, emerged as visual symbols which granted identity, charm, and authority to the merchandise within the capitalist mass-production system after the Industrial Revolution. In East Asia, Japan, who actively pursued the Euro-American way of modernization, played a central role in establishing the system and designs of modern trademarks. It also had a strong influence in the emergence and development of trademarks in Korea.

During the second period which began after the legislation of the Trademark Law, the ‘establishment’ of trademark design was observed while corporate and merchandise trademarks became distinguishable. By then Korea was colonized, and the commercial system was led by Japanese companies. Therefore in the case of corporate trademarks, the Japanese trademark system and design, especially the kamon (family crest) style became dominant in Korea. On the other hand, while Japanese firms mainly utilized iconic figures and animals in merchandise trademark design, their Korean counterparts tended to symbolize products with designs focused on typography. This could be explained by the fact that expressive letters, rather than representational icons, was a form familiar within the Korean visual culture.

The third era accords with the so called “Cultural Rule” period of the colonial government, which saw a ‘Korean transformation’ in trademark design. First, there were examples of trademarks that adopted national icons such as the Korean peninsula, the Geobukseon (or the Turtle Ship) and the Taegeuk, in order to emphasize the nationality of a product or company. Second, an original form of symbolization was sought as a counterpart to the Japanese kamon, which resulted in the use of munjamun, that is to say letterform patterns distorted or repeated within geometric figures. Finally, Hangeul became frequently used in trademark designs. Under these three directions of ‘Korean transformation’ lay a logic of commerce, and the designs defined a visualization strategy that could attract the consumer public, now familiar with and interested more to modern trademarks.

The final period started along with the initiation of the “General Mobilization System” in wartime. Trademark design corresponded and conflicted at the same time with strong economic and cultural control policies. While some trademarks and their messages conformed to the war policy of the colonial state, many companies, even the Japanese, continuously used Hangeul trademarks, which directly collided with the “Integration of Japan and Korea” policy. When the interests of the nation and corporations competed, enterprises faithfully followed the logic of capital, and trademark design of this time acted as a medium revealing the nature of commerce.

Trademark design in modern Korea appeared as a complex and hybrid phenomon, where multiple agents such as policies of the colonial government, traditions in Korean visual culture, perception of the consumer public, profit motives of both Korean and Japanese entrepreneurs. However, because trademark naturally follows the logic of capital, the distorted colonial capitalism defined the boundary of its design, and such situation seems to have been influential to the development of identity design in Korea even after the Liberation.

 

 

Keywords: trademark, trademark design, commercial symbol, identity design

 

 

 

 

1) 세창양행 광고에 등장한 상표 이미지

   (『The Independent』, 1897년 1월 5일).

2) ‘태극성 광목’ 광고와 상표

   (『동아일보』 1928년 1월 15일)

3) ‘령신환’ 상표 변경 광고.  

   (『동아일보』 1922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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