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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주의 인쇄물에 나타난 구축주의의 성격

 

서울대학교 디자인역사문화 전공 박사학위논문 (2023)

이 연구는 1920-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주의 성향의 인쇄물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의 활용을 통해 조선의 환경에서 형성된 구축주의적 특징과 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구축주의는 ‘구성주의(構成主義)’라는 이름으로 서구에서 유입된 기하추상의 예술양식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혁명과 태생을 함께 했고 사회적 공공성과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현대 디자인 개념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단순한 양식사조 이상의 생각이었다. 

           1장은 연구목적과 방법, 및 선행연구에 대한 서술로서, 조선 구축주의가 결핍적 사회상황에서 구축된 ‘삶의 예술’과 새로운 예술을 치열하게 추구했다는 선행연구의 큰 틀 안에서 본 논문이 특히 인쇄물의 영역에서 나타난 독특한 특징을 발견하고 이에 주목했음을 밝힌다. 

           2장에서는 19세기 러시아 사회에서 발견된 민속과 종교에 대한 탐색과 서구 문화의 수용이 주고받은 관계 위에서 아방가르드 운동이 형성되었음을 설명하고, 이 흐름에서 예술의 사회화와 이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구축주의의 흐름이 생성되는 과정을 간략히 짚어본다. 사회 혁명과 함께 일어난 구축주의는 유희적 감상을 위한 관조적 예술에서 일상 삶의 예술로의 전환임과 동시에 사회주의 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시대환경의 삶의 양식을 예술을 통해 생산하고 구축하고자 한 예술가들의 사회운동이었다. 또한 초국경적 계급의 연대를 중시했던 그 정치적 배경에 따라 국제주의를 추구했고, 이것은 이 운동 특유의 기하학적인 시각양식과도 연결되는 것이었다. 아울러 소련 정부는 척박한 경제적 상황과 함께 다양한 민족을 아우르기 위해 새로운 국가 문자를 만들어 활용하고자 했고, 이에 구축주의는 인쇄매체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특히 당시 사회주의의 국제주의적 성격, 과학적 기계주의 미학에 따라 타이포그래피에 있어 산세리프체의 사용이 두드러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장은 1920-30년대 사회주의와 함께 구축주의가 유입되던 시기에 대한 이해를 위해 조선 사회주의 운동이 형성되는 간략한 배경을 살펴본다.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에서는 사회주의의 전조선 전파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 코민테른의 요구와 식민 지배하라는 국내 상황에 맞춰 사회주의 인쇄물에 민족주의를 전략적인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조선의 구축주의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져 온 일본의 ‘의식적 구성주의’는 독일에서 표현주의의 활동을 목격한 무라야마 토모요시의 경험과 그의 귀국 이후 일본 미래파와 러시아 후기 미래파의 영향으로 동양지향적이고 자기표현적 성격을 보여준다. 

조선의 예술가들은 이를 수용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위와 같이 형성된 일본의 신흥미술에서 부르주아적 성격을 인지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조선의 현실에서 필요한 현대 예술에 대해 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이해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무기로서의 예술’에 관한 주장을 펼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조선에서 구축주의가 기하학적 예술양식으로서 평면적으로 수용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새로운 삶건설’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유용(有用) 및 계급의식과 강하게 결부되어 산업과 생산, 그리고 정치투쟁의 무기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여기에서 제시된 조형적 방법론과 그로 인한 결과물들이 조선 사회의 특수한 현실 과제의 해결이라는 목적을 두고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1927년을 중심으로 김화산, 윤기정, 김용준, 임화 등에 의해 예술의 사회성과 계급예술로서 프로예술에 대한 논쟁은 카프 내에서 예술을 정치투쟁을 위한 무기로서 인식하고 그것이 무산계급 예술운동의 역사적 임무라 주장한 내용이 채택되는 과정을 변증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예술을 혁명과 함께 현실과제 수행을 통한 새로운 삶 건설의 무기로 인식하는 구축주의적 예술관과 이후 대두되는 ‘예술의 볼셰비키화’, 즉 예술의 대중화는 조선의 사회주의 인쇄물에서 보이는 절충적인 양식을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1927년 카프 예술운동의 제1차 방향전환은 알렉세이 간의 구축주의 선언에서 나타난 목적의식적 예술로 나아가자는 주장과 내용이 일치한다. 그 목적 또한 “새롭고 역사적으로 필요한 사회 현실의 형태”를 구축하는 것으로서 조선 현실의 경우 이는 정치투쟁으로의 전환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후 1930년대 초에 카프는 제2차 방향전환을 통해 예술의 볼셰비키화, 예술대중화론으로 프로예술의 논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형식과 방법이 고민되면서 간판, 무대, 진열창, 포스터 등 흔히 예술에 포함되지 않았던 영역에서 예술가들의 개입을 볼 수 있다. 

           4장에서는 조선인의 생산 경로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던 식민지 경제 상황에서 의식투쟁의 무기로서의 사회주의 인쇄물, 주로 잡지 제호와 이미지의 운용에서 구축주의적 성격을 찾아보고 이를 타이포그래피 및 편집 디자인과 연결하여 분석한다. 사회주의 운동 초기에 잡지 표지에서 보이는 기하학적 서체의 활용한 사례들은 새로움, 혁신과 변화, 국제적인 모던함을 표방했다. 제2차 방향전환을 맞아 카프 내에서는 예술대중화론이 대두되었고 이후 사회주의 인쇄물의 표지에는 기하학적이고 모던한 구축주의적 이미지와 조형 방법론에 서예체나 장식적인 서체가 조합된 혼합적인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30년대에 들어서 구축주의 시각적 표현 방법은 더욱 발전된 형태로 드러났으며 사상을 떠나 진보적임과 모던함을 전달하는 의도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연구자는 조선 사회주의 인쇄물의 표지에서는 전통적 이미지와 기하학적 서체의 배열, 사진과 몽타주 등의 새로운 시각 기술과 전통적 서예 서체의 결합으로 드러나는 제호 텍스트와 이미지의 사이에 이질적이자 절충적인 관계에 주목했다. 민족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것이 국제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구축주의에서 엄연히 비판되는 지점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식민지 조선의 상황에서 독립을 원하던 대중에 대한 설득과 연대라는 중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전략으로 보인다. 즉 제호 타이포그래피와 이미지 디자인의 절충적인 활용은 전략적 선택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이는 목적의식적인 조선의 구축주의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의 사회주의 인쇄물에서 보이는 구축주의적 디자인 이미지들은 식민지 상태라는 제약적인 환경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방향성과 확산전략의 변화에 따라 조선의 상황에 적응하여 구현된 결과였다. 제약된 생산환경 중에서도 비교적 생산이 용이했던 인쇄매체 위에서 이들이 표방하고자 했던 합리적, 과학적, 국제적인 근대성은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에 적합한 구축주의라는 새로운 시각 이데올로기를 통해 나타났다. 모던한 기하학 이미지와 전통적이며 민족적인 인상의 서예체 타이포그래피의 조합은 조선 대중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활용 가능한 표현방법이었다. 즉 이러한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로 나타난 시각적 결과물들은 사회주의와 관계한 민족주의와 국제주의의 균형잡기를 통해 조선의 사회적 구조를 드러내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1920-30년대 조선에서 구축주의는 단순 기하학적 예술양식이 아닌, 사회와 계급의식을 전제로 한 이데올로기로서 현실의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생산적인 개념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요어 : 구축주의, 사회주의, 생산주의, 민족주의, 국제주의, 타이포그래피, 카프, 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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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左)『피오네르』1930년 22호, (右)『막』1938년 6월호. (출처: 러시아 국립도서관, 현담문고)
 

(2) (左)『노븨이례프(Новый леф)』 1928년 12호; (右)『례프(Леф)』1923년 6-7월호 (출처: 러시아 국립 도서관)

 

(3) (左)『해방』창간호 1930년 12월 호; (右) 1931년 5-6월 합호 (출처: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시대의 얼굴』)

 

 

 

 

 

 

 

 

 

 

 

Suna Jeong

 

The Characteristics of Constructivist Design in Printed Materials of Korean Socialism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This research aims to explore the characteristics and significance of the constructivist tendencies formed in the Korean environment through the utilization of images and typography in print materials demonstrating socialist inclinations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in the 1920s and 1930s. In Korea, constructivism is recognized as a form of geometric abstraction imported from the West under the name of "Constructivism (構成主義)." However, it was more than a mere formalistic movement; it emerged alongside political revolutions, aiming for social collectivism and scientific rationality, exerting significant influence on the formation of modern design concepts.

           Chapter 1 provides a framework for this research within the context of previous studies, emphasizing the exploration of unique characteristics found in print materials and their significance within the broader scope of constructivism in Korean society. Chapter 2 delves into the formation of constructivism within the context of the exploration of folklore and religion in 19th-century Russian society, highlighting its relationship with the acceptance of Western culture and the emergence of the avant-garde movement. It also discusses the socialization of art and theoretical debates, depicting how constructivism emerged amidst societal revolutions, transitioning from art for speculative appreciation to art for everyday life, reflecting the socio-political changes of the era.

           Furthermore, Chapter 3 examines the background of the socialist movement in Korea during the period when constructivism was introduced, detailing how socialist print materials strategically employed nationalism to achieve the goal of socialist propaganda amid colonial rule. The study also explores the influence of Japanese "Conscious Constructivism," which was believed to have heavily impacted Korean constructivism, exhibiting an oriental and self-expressive nature influenced by Murayama Tomoyoshi's experiences in Germany and subsequent influences from Japanese and Russian futurism.

           Chapter 4 analyzes the socialist nature of print materials in Korea, particularly in magazines and imagery, within the constrained economic conditions of colonial rule, highlighting how constructivism was manifested through typography and editorial design. It discusses how the visual representations of constructivism in Korean socialist print materials were adapted to suit the societal conditions and dissemination strategies of the socialist movement, balancing nationalism and internationalism.

           Overall, this study reveals that constructivism in 1920s and 1930s Korea was not merely a geometric art form but a productive concept rooted in social and class consciousness, with the potential to construct society based on ideological premises.

keywords : constructivism, socialism, productivism, nationalism, internationalism, typography, KAPF,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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