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한국 교표 디자인의 역사와 문화적 변용 연구:
일제강점기 개교한 중등학교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디자인역사문화 전공 석사학위논문 (2012)
교표는 대한제국시기에 이르러 국가상징물의 제정을 통해 생성된 시각적 상징형식이 교육현장에 유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표의 발생은 국가의 근대화라는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나, 일제강점기 교육현장에서 황국신민화를 추구하며 식민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통제하기 위한 일상적 매개체로 기능했다. 대표적 항일운동이었던 1919년 3.1운동을 기점으로 교복은 제복형식으로 바뀌었고, 잇따라 1929년 광주학생운동 이후 교표가 제정되어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제정된 교표는 일본식 도형형식을 차용하고 있거나 일본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도상을 다수 사용하였다. 이는 교복의 형식과 교표의 착용이 단순히 의복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의 학생을 통제하고 식별하며, 일본의 감각을 내면화하도록 의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일제가 전시체제에 돌입하게 되자 학교의 교표는 위와 같은 형상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이전에도 조선의 시각형식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지만, 교표의 경우 교표개정령이 시행된 1937년을 기점으로 조선과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도상은 철저히 사용이 금지되어 삭제당하거나 일본식 도상과 일본제국을 위한 도상으로 대체되었다. 한편, 이 시기에 민족주의 교육자들 및 학생들은 금지된 민족적 상징을 교묘히 드러내거나 진짜 의미는 은폐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였다. 이렇게 교표는 식민지라는 특수한 배경에서 통치집단과 피지배집단이 의미와 형식을 가지고 충돌하는 사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상징형식이 형성되어있지 않은 조선에서 교표도안의 모티프는 민족적이고 자주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지라도 형식의 측면에서는 일본의 전통 도안양식을 받아들였거나 군국주의의 맥락에서 사용되었던 도상들을 고스란히 취하고 있었다. 교표가 탄생하고 이것이 학생들의 일상적 사물로 인식되면서, 위와 같은 교표도안의 형식은 한국 교표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식 시각형식의 영향은 학교와 지자체 및 기업들의 상징에 반복되어 관찰되었다. 교표는 학교가 설립되면 으레 갖추는 것이었지만 이것의 시각형식은 학교만의 교육철학이 드러나는 것이라기보다는 익숙한 형식의 답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친숙해진 일본 시각문화의 영향은 해방 이후 지자체와 기업마크의 사례에서도 기원을 알 수 없는 반복적인 형상으로서 관찰되었다.
교표를 중심으로 살펴본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의 시각문화는 의미와 시각형식이 쉽게 일치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그 형식을 갖추는데 있어서, 문화적·역사적인 단절을 경험하는 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고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더불어 현재 역사적인 토대 위에서 한국의 주체적 시각문화를 구축할 방향성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핵심어: 교표, 교표디자인, 교표도안, 학교배지, 학교상징, 식민지교육, 한국시각문화
Sun A Jeong
The history and cultural transformation of Korean school symbol design: focused on middle school founded in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observe the history of the symbolic representation of educational institution and how they were changed with time. School symbol represents educational philosophy of a school and distinguishes a school from another. More specifically, the symbols are the visual output of the attempting students’ sense of identity and belonging. To explore the origin of school symbols, changes in the formal quality of school symbols in modern Joseon is reviewed. For that matter, this study analyzes on the Daehan Empire era where the traces of symbol designs could be found, as well as on the Japanese colonial era where the symbols were widely used. Furthermore, the study observes different cases of how these visual symbols were reproduced in the field of education as well as in the society after Korean liberation.
As Japan rushed into wartime system after Sino-Japanese War in 1937, school symbols were revised towards strengthening Japanese intentions. Prior to this, Joseon’s visual system had been greatly influenced by Japan, ‘yet in the case of educational symbols, it was prohibited to utilize any visual language that implicates Korean empire, and instead by 1937, symbols were replaced to display various motives that represented Japanese emperor and Japanese imperialism. On the other hand, nationalist educators and students found their own ways to fight back at the idea of Japanese Imperialism by adroitly reveling national or imperial symbols of Daehan empire that had existed before on the school emblems. That is, school symbols were a thing with which governing group and governed group conflicted with each other under special background of colony- each party had its own meaning and form about school symbols. However, in a country without any distinctive visual system, school symbols may have had a significant meaning, yet its form have adopted Japanese traditional motives or motives that were used in the militarism. As school symbols are created and perceived s a part of a students’ life, these formal qualities became the prominent style of Korean’s school symbols.
Even after the liberation of Korea, Japanese style visual form could be observed throughout the symbols of schools, local government, and corporates. School symbol showed continuation of familiar design formality rather than disclosing educational philosophy of a school.
Keywords: school symbol, school emblem, symbol design, colonialism, Korean visual culture
1) 多功章 海軍協会 (일본 해군협회의 훈장)
2) 부산여고보 교표
3) 1940년 부산여보고 학예회 배경에 사용된 교표